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화성을 향한 열망을 몇 년째 드러내며 화성 이주계획을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화성뿐만 아니라 우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예전처럼 마냥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는데, 화성과 같은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로 개봉됐다. 바로 보이저스다. 하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기대하셨다면 관람을 추천하기 어렵다. 이 영화는 스타워즈와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라고 하기보다는 우주를 소재 인간 본성을 주제로 한 드라마에 가깝기 때문이다.
* 개인적인 후기를 적는 글이기에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초반부의 내용으로 관람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줄거리
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이렇다. 가까운 미래인 2063년, 더 이상 지구에서의 영원한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인간은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준비한다. 이주 대상은 물과 산소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된 편도 86년 거리의 어느 행성.
86년이라는 초장기간의 이동기간동안 순조로운 이동을 위해서는 최대한 지구에서의 기억을 갖지 않은, 아주 어린 사람들이 출발할 필요가 있었다. 대장이자 보모 역할을 맡은 '리처드'를 중심으로 30명의 어린이 탐사대원들을 태운 우주선은 목적지 행성으로 86년간의 이동을 시작한다.
순조롭게 우주 여행을 시작한 지 10년, 몰라보게 성장한 탐사대원들은 어느 날 자신들이 매일 영양제처럼 마시던 음료 '블루'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 '블루'가 자신들의 감정을 무디게 하고 욕구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원들은 그 의심을 시작으로 커다란 혼란을 겪게 되고, 우주선 안의 생활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망가진다.
>보이저스 공식 예고편 <
https://www.youtube.com/watch?v=4gxMoIF1f8c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인간 본성 드라마
시작할 때만 해도 주야장천 펼쳐질 것 같던 우주는 거의 나오지 않고, 본능을 처음 접한 인간들이 보여주는 인간 본성에 의한 행동들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감정과 욕구 억제제인 블루를 더 이상 섭취하지 않게 된 대원들은 처음 접하는 본성에 취해, 이성을 잃은 체 쾌락에 집중한 생활을 하게 된다.
핀 화이트헤드가 메인 빌런 역할을 하면서 극을 이끄는 선동자처럼 보이지만,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해도 당연한 전개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제한된 생활과 억눌린 감정을 가지고서 살아온 청년들이 정제되지 않은 쾌락을 맛본 순간 이성을 잃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쾌락이라는 것은 동물에 속하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장 끌리는 요소로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하물며 생전 처음 그 짜릿한 쾌감을 겪은, 그것도 한창나이의 청년들이라면 눈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대원들이 한 명 한 명 쾌락에 눈을 뜰 때마다 나오는 그 연출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쾌락에 대한 자극적인 장면이 아주 노골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조금 나온다), 그 연출만으로도 '아, 저 사람이 쾌락을 맛봤구나'하는 공감을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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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아닙니다
시놉시스와 예고편만 보고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마치 스타워즈와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 인터스텔라처럼 우주에 대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장면은 우주선 안에서 이루어진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처럼 판타지 적인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풀어나가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꼭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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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는 별사탕과 콩나물?
극 중에 등장하는 '블루'는 악몽 같았던 군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건빵 안의 별사탕과 콩나물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별사탕 속에 들어있는 작은 알갱이와 콩나물이 군인들의 성욕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소문은 굉장히 유명하다.
별사탕과 콩나물이 성욕을 억제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다는 논란이 여전히 있는데, 주먹구구 투성인 군생활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그것이 의도된 결정이라는 것에는 의심을 가질만하다.
결론
새까만 우주가 화면을 가득 메우는 우주영화를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단언할 수 있다. 네이버 영화 후기글들을 보니 속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주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본능에 취해 쾌락에 휘둘리는 인간들의 행동에 흥미를 느낀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만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으로 기대치를 갖느냐에 따라 실망감과 만족감이 큰 영화다. 관람 전 참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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